韓,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vs 中, 나트륨이온 배터리 등 저가 포트폴리오 확대

한국전기연구원의 박준호 박사(왼쪽)와 허영준 연구원이 ‘간단 합성법’으로 고체전해질을 저가로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한국전기연구원 제공)
한국전기연구원의 박준호 박사(왼쪽)와 허영준 연구원이 ‘간단 합성법’으로 고체전해질을 저가로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한국전기연구원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한창이다. ‘꿈의 배터리’라고도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화재 위험은 낮고 충전 속도는 빠르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게임체인저’로 여겨지며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K 배터리'를 위협하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방향타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기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비롯해 나트륨이온 배터리 등 저가 포트폴리오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중국 CATL을 비롯해 하이나 배터리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나트륨이온 배터리 출시를 예고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한국의 전고체 배터리와 중국의 저가형 배터리 상용화 경쟁의 결말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당장은 중국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배터리사들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도 제기된다.

전고체 양산 계획 발표한 K배터리
전기硏, 전고체 상용화 기술 개발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가장 앞선 곳은 삼성SDI다.

지난해 3월 경기도 수원 연구소 내에 전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 라인을 착공했다. 삼성SDI는 이 라인을 올해 상반기 내 준공하고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2025년 전고체 관련 기술 검증을 마치고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1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 2030년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키로 했다. 이를 위해 충청북도 청주시 ‘오창 에너지플랜트2’에 6000억원을 투자해 내년 말까지 ‘마더 라인’을 구축하고 오창 에너지플랜트를 전 세계 배터리 생산 공장의 글로벌 기술 허브인 ‘마더 팩토리’로 키울 계획이다.

SK온은 2028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총 4700억원을 투입해 연구원 시설을 확장하고 차세대 배터리 시험 생산 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이 공장에는 전고체 배터리용 소재 개발을 위한 실험 공간과 시범 생산 라인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해액·음극재 등의 소재를 고체화해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이 현저히 적다”며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 없어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중요하고, 특히 전고체 배터리의 고체전해질 주원료인 황화리튬이 매우 비싸다는 점도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국내 연구진이 전고체 배터리용 고체전해질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지난 15일 이차전지연구단 박준호 박사팀이 고가의 황화리튬은 물론 첨가제 없이 고순도의 고체전해질을 제조할 수 있는 ‘간단 합성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장점은 고가의 황화리튬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황화리튬은 고제전해질 제조를 위해 투입되는 시작물질 비용의 95%를 차지할 정도다.

전기연구원의 합성법은 기존 습식 공정 대비 황화리튬은 물론 어떠한 첨가제나 추가 공정 없이도 양질의 고체전해질 제조를 가능케 한다. 비용은 25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고 제조 공정 시간도 줄여 고체전해질의 대량 생산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박사는 “연구원에서 수년간 축적해 온 고체전해질 제조 노하우를 기반으로, 유기 용매 내에서 시작물질의 최적 화학 반응 조합을 통해 고순도의 고체전해질을 쉽고 간단하게 제조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았다”며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가장 큰 난관인 가격 경쟁력과 대량 생산 이슈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中,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산 확대
“배터리 시장의 대세는 어려울 전망”

LFP 배터리가 장악하고 있는 저가 배터리 시장에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LFP에 이어 나트륨이온 배터리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CATL은 올해 하반기 2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산 계획을 발표했고 중국 전기차 제조 기업 JAC는 하이나 배터리와 손잡고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저가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 BYD도 올해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대량 생산을 예고했다.

중국 소재 기업들도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주목하고 있다. BTR은 올해를 나트륨이온 배터리 산업화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최근 현지에서 열린 배터리 전시회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용 음극재와 양극재 제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산화 계획에 속도가 붙은 이유는 리튬 가격이 폭등하면서 저렴한 양극재 재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나트륨이온 배터리 출시를 예고하고 있지만 낮은 에너지 밀도를 극복해야 하고 이미 LFP 배터리가 장악하고 있는 저가 배터리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가진 단점과 공략하는 시장이 명확한 만큼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업계에 당장 큰 위협 요소는 아니지만 중국의 저가 배터리 공세 자체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저가형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중국의 LFP 점유율이 높아 향후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이 시장에 어떻게 진출하게 될지가 관건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ESS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CATL이 43.4%로 1위, BYD가 11.5%로 2위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점유율은 각각 7.5%, 7.3%로 4~5위를 차지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시장의 대세가 되기는 어렵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왔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포스코홀딩스IR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나트륨은 리튬 대비 입자가 두 배 이상 크고 무거워 반응성이 떨어진다”며 “양극과 음극을 이동할 때 효율이 낮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양산을 위해 공급망이 전체적으로 달라져야 하는 만큼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에너지 밀도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ESS, 저가형 짧은 주행거리의 전기차에 탑재될 때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경쟁력이 있지만 당장 리튬이온을 대체하기는 어렵고 2025년 이후 LFP를 대체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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