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LGD·삼성전기·LG이노텍 등 국내 기업 수혜
마이크로OLED·웨이브가이드모듈 등 투자 기대감

애플의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애플의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애플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공개한 '비전 프로'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생태계에 다시 불씨를 지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경우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과 기판 제조사 등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으로 혼합현실(MR) 헤드셋인 비전 프로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은 3499달러(약 455만원)로 정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비전 프로의 출하량을 20만대로 전망했다.

비전 프로 내부에는 소니의 마이크로OLED가 탑재됐다. 2개의 내부 디스플레이에 2300만픽셀이 밀집됐다. 마이크로OLED는 유리기판 대신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한 디스플레이다.

비행시간측정(ToF) 모듈은 LG이노텍이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 프로에는 3개의 디스플레이, 12개의 카메라, 5개의 센서, 6개의 마이크가 들어갔다. 이밖에 연산기능을 하는 'M2'에 들어간 반도체 패키징 기판은 삼성전기가 공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당장 VR·AR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관련된 시설투자나 연구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애플이 이번 제품에 시선 추적 시스템과 손 동작 인식 시스템을 활용한 것을 두고 미래 VR·AR의 기술 방향성이 분명히 제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애플의 MR 헤드셋 내부 디스플레이 공급망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애플 제공
사진=애플 제공

업계에선 특히 애플이 VR보다는 AR기기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향후 마이크로LED가 부상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마이크로LED가 야외 사용에 보다 적합하고 응답성, 수명, 소비전력 등의 측면에서 마이크로OLED보다 이점이 많은 특성 때문이다. 다만 AR 글래스에 마이크로LED 사용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동길 한국광기술원 광영상정보연구본부 본부장은 "비전 프로는 VR 기반의 MR을 지향한 제품으로, VR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대부분 구현했다고 봐야 한다"며 "애플은 AR 기반의 제품을 내놓기 위해 교두보를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전 프로는 4K를 구동할 수 있는 칩셋을 스탠드얼론(스마트폰과 연동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구동되는 독립형 장치) 타입 장치에 넣어 이를 소화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이 개발 중인 AR 기기와 관련해선 다양한 관측이 존재한다. 애플은 안경과 비슷한 형태의 AR 글래스를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애플이 웨이브가이드(디스플레이 장치에서 나온 빛을 꺾어서 사용자가 보는 렌즈에 투사하는 기술) 방식을 택할 경우 AR 기기 출시가 빨라질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영상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감내해야한다. 업계에선 삼성전기가 웨이브가이드모듈 개발에 미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 안경과 비슷한 두께와 무게의 AR기기를 구현하기 위해 연산을 담당하는 프로세서를 기기 바깥으로 빼는 방안을 고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애플은 비전 프로의 무게를 낮추기 위해 외장형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얼리어답터 사이에선 제품이 여전히 무겁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본부장은 "애플은 AR 글래스의 프로세서를 기기 외부로 분리시켜 배터리팩처럼 사용하는 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애플의 AR 글래스는 테더링(tethering) 방식을 통해 얇고 가볍게 구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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