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인적분할', 저평가 탈출 한 수 될까

2023-03-17     김정우 기자
사진=OCI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OCI가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사업구조 효율화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OCI는 이달 22일 주주총회를 열고 존속법인 지주사 OCI홀딩스와 신설법인 화학회사 OCI를 나누는 인적분할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분할 비율은 69대 31%며 OCI홀딩스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미국 태양광 사업, 발전사업, 도시개발사업 등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삼고 신설 OCI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베이직케미칼, 카본소재 등 화학 사업을 영위하게 된다.

OCI는 이번 인적분할의 주된 목적을 기업가치 제고와 미래 성장 기반 마련으로 잡았다. 매출의 약 22% 비중을 차지하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이 마치 OCI의 사업 전부처럼 여겨지고 다양한 사업부문 가치를 시장에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기업가치 재평가와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OCI의 모태이기도 한 화학 부문의 독립 경영을 통해 사업 역량을 전문화하고 반도체·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성장을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과 재도약 발판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다.

현재 OCI는 화학(베이직케미칼·석유화학·카본소재), 에너지솔루션, 도시개발, 바이오 등 사업 영위와 자회사 운영·투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과 기능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있는 만큼 성장성 높은 부문의 가치가 반영되기 어렵고 역량이 분산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폴리실리콘 가격이 고점을 지났다는 우려가 주가 하락 논리로 작용, 지난해 매출 4조6710억원, 영업이익 9810억원의 최대 실적을 달성, 21%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음에도 지난해 말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5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 경쟁사 GCL폴리와 통웨이의 경우 PER이 각각 5.1배, 7.4배 수준으로 OCI를 크게 상회한다.

독립된 경영이 이뤄지면 각 사업별 성장성과 수익성에 따른 최적화 투자 전략이 가능하고 폴리실리콘, 부동산 개발과 같은 다른 부문의 변동성 리스크(위험) 분리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개별 사업의 가치 합산 평가에 따라 분할 후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투자자들에게도 태양광에 가려진 OCI의 사업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전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향후 반도체·배터리 소재 신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가시화될 경우 신설회사 가치는 더 증가하고 이는 다시 성장을 위한 투자금 조달 능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최근 태양광 사업 경쟁도 심해지고 있고 OCI의 잘 안 보이던 사업이 시장으로부터 주목을 받게 해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한 회사 내에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할 때 투자나 인력 운영에 차별을 두기 어려운데 어떤 부분에 더 노력을 기울이거나 하려면 사업을 나누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OCI는 지주사 전환 후 중장기 성장 목표로 2027년까지 OCI홀딩스 연결매출 100% 증가, OCI 신설 사업회사 매출 60% 성장을 설정했다. 미국 시장 밸류체인(가치사슬)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 합작(JV)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OCI 측은 “올해부터 신규 사업 관련 집중 투자가 이뤄질 예정으로 전년 대비 CAPEX(자본적지출) 2배 이상 확보, 향후 5년간 누적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의 50% 이상 투자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지주사 OCI홀딩스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신규 사업 투자에 역량을 집중, 태양광 밸류체인을 구하고 도시개발 사업을 통한 투자 기반을 확보한다. 태양광 폴리실리콘은 3만5000MT 규모의 생상능력을 완전 가동하고 향후 5년간 3만MT 규모의 클린 폴리실리콘 증설을 추진한다. 태양광모듈도 지난해 말 270MW 증설에 이어 올 상반기 350MW, 내년 1GW 규모의 증설을 진행한다.

사업회사 OCI는 반도체·배터리 소재 부문에서 2025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 가시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반도체 ‘8대 공정’ 중 5개 공정에 원료와 제품을 공급하는 화학사업과 함께 전자소재 제품군 확장,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고부가 소재 역량을 강화하고 포스코케미칼과의 합작을 통해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핵심소재인 고연화점 피치(HSPP·음극재 소재) 국산화 등을 추진한다. HSPP는 올 하반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1만5000MT 규모 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주·사업회사의 독립적인 이사회와 분야별 경영진 구성을 통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OCI홀딩스는 글로벌 운영 경험을 갖춘 사내이사와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사외이사로, 사업회사 OCI는 30년 이상 화학사업 경력의 사내이사와 산업·재무·법률 전문가로 사외이사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이뤄졌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을 통해 그간 관심을 받지 않았던 사업부 가치가 부각될 전망”이라며 “사업회사 분할 상장 후 양사 합산 시가총액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제기되는 인적분할이 대주주 지배력 강화 효과로 이어진다는 비판적 시각에 대해서도 ‘과도한 우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설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OCI는 주주환원정책 중 하나로 자사주 소각 계획을 포함시켰다”며 “회사가 한국거래소의 재상장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은 주주환원이 충분하다고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자문위원회는 또 “화학 사업 부문을 친환경 사업으로 분류되는 태양광 사업 부문과 분리하고 양사 모두 상장함으로써 ESG를 중시하는 투자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OCI는 소액주주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잉여 현금 흐름의 30%를 현금 배당하고 지주사 전환 과정 종료 후에는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연내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비경상적 이익이 발생하면 자사주를 취득하거나 소각해 추가 주주환원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