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에도 70%이상 연임...금융지주 사외이사 ‘고소득 거수기’ 비판

라임펀드·채용 비리 사건 당시 사외이사 수행...금융지주 회장들 입김 여전히 막강

2023-03-19     장서윤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16일 시민들이 서울 시내의 한 시장 내 식당가 앞에 설치된 은행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3월 17일 열린 BNK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3일 신한금융지주, 24일 KB·우리·하나금융지주, 30일 JB금융지주의 주주총회가 잇달아 열린다.

올해는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 사외이사들의 선임 등이 안건으로 올라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들은 약 70% 이상이 연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라임펀드·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채용 비리 사건 당시 사외이사직을 수행한 바 있어 유임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실질적으로 사외이사 선임에 큰 입김을 발휘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를 향한 본격적인 관리·감독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금융지주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외부 인사를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관련 법률을 개정할 방침이다.

금융지주사에 대한 정부의 개입 방침은 최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는 등 전반적인 금융업계 개혁요구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한편으로는 ‘관치금융’ 논란을 불러오며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심도 깊은 접근보다는 정치 논리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4대 금융지주, 23∼24일 일제히 주총

신한, 8명 사외이사 전원 재추천

4대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들은 오는 23∼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세부 안건에 따르면 선임 후보에 오른 사외이사 25명중 18명(72%)이 이미 현직 사외이사다. 이들은 주총 표결 결과에 따라 연임이 확정된다. 과거 관행을 볼 때 이들의 연임이 무산될 가능성은 적다. 현직 사외이사의 70% 이상이 그대로 연임이 될 예정인 것이다.

먼저 KB금융지주는 경우 사외이사로 추천된 6명 중 3명(권선주·오규택·김경중)이 기존 사외이사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성용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 3명이 추천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로 추천된 8명(곽수근·배훈·성재호·이용국·이윤재·진현덕·최재붕·윤재원) 전원이 연임 대상이다. 하나금융지주는 6명의 현 사외이사(김홍진·허윤·이정원·박동문·이강원·양동훈)가 재추천된 가운데 2명(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이 신규 후보로 올랐다. 우리 금융지주도 정찬형 사외이사를 포함한 기존 멤버 3명을 후보로 올렸고 2명(윤수영 전 키움자산운용 대표·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을 신규 추천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

“신한·하나·우리 사외이사 연임 반대”

이들중 상당수는 라임펀드와 DLF 사태, 채용 비리 등 금융지주의 각종 대형 사고와 관련해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견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격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최근 4대 금융지주 주총 안건 관련 보고서를 내고 사외이사 연임 후보들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I

ISS는 “사외이사들이 법적 위험이 있는 임원에 대해 집단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넘어갔기 때문에 유임 자격이 없다”라며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연임 후보들의 선임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다”고 주주들에게 전했다.

ISS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조용병 회장의 채용비리 사건, 하나금융은 함영주 회장의 DLF 사건,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의 라임·DLF 사건 등에서 사외이사들이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사외이사들은 금융지주사를 견제하기보다는 오히려 최고경영자(CEO)들과 유착관계에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총 135건의 안건 중 100%인 135건이 이사회에서 모두 찬성 의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손 보는 금융당국

금융업계·해외투자자, "관치금융 우려"

이에 정부는 금융지주사 주총을 앞두고 칼을 빼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법안에는 금융지주 이사회 내 임추위에 외부 인사를 포함시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외이사가 져야 하는 책임 부분도 강화한다. 대규모 횡령 등 금융사고 발생시 금융사 CEO와 임원뿐만 아니라 이사회 사외이사들 도 포괄적 책임자로 지정했다.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업무도 이사회가 감독하도록 했다. CEO에게 내부통제 의무 이행 현황을 보고하도록 하는 권한도 이사회에 부여한다.

금융당국은 또 이사회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금융회사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과 경영진 감시 기능 작동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금융회사 이사회와 연 1회 이상 회동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한편에서는 “개별 금융사 운영에 지나친 간섭”이라며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사외이사 유임 건 등 개선돼야할 부분은 존재하지만 이를 이유로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들에 경영 간섭을 하는 것은 글로벌 투자 유치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외주요 투자자들은 지난달 국내 금융지주사들과 회동을 갖고 정부가 지나치게 관치 금융쪽으로 가고 있다며 우려감을 표한 바 있다.

개별 금융업계의 상황에 귀기울이기보다는 ‘금융권 개선 TF팀’이 여럿 만들어지며 상명하달식의 작업이 이뤄지는 점도 업계의 불만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를 만든 데 이어 지난 13일에도 금융산업 글로벌화 TF를 구성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금융권 인사와 관련해 내부보다는 자연스레 정부나 정치권의 동향을 살피게 되는 부분은 금융사의 자율성을 막아 결국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