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우리 사회의 국어 순화 활동은 일반 국민이 편하게 소통하기 위한 '한글의 권리'를 살찌우는 원동력이었다. 우리말 순화 활동은 초기에는 정부가 주도해 하향식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주로 택했다. 하지만 시민의식이 발전하면서 시민단체 등 민간이 자발적으로 순화어를 만들고 홍보하는 상향식 순화 활동이 주류로 부상했다. 그 과정에서 공공언어의 한글화 운동을 주도했던 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한글문화연대 등 시민단체의 문제의식과 노력이 뒤따랐다. 민관 합동의 '우리말 가꾸기' 운동 순화어 제정 후 다양한 홍보 뒷받침초기 우리말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전 세계에서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 위상은 그대로 한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외국인들은 한글이 새겨진 옷을 입은 채 한국 가수들의 공연을 즐기고 한글 간판들이 노출되는 한국 드라마를 본다. 한글을 제2외국어로 채택하는 것은 물론, 아예 표기 문자로 사용하는 나라들도 있다. 이쯤 되니 ‘한글의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현대경제연구원 신성장전략팀장 홍준표 수석연구위원이 ‘공공언어 개선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연구 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연구의 계기는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로스쿨 들어가서 변호사 시험을 볼 때 한자가 많이 중요한가요?’한 포털사이트 질의응답 란에 올라온 질문 내용이다. 이 질문 외에도 ‘로스쿨을 가려는데 한자를 잘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다수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로스쿨 지망생들에게 한자가 어려운 과제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그리고 해당 질문에 대한 대표 답변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답변은 ‘중요하지 않다. 법에서 쓰는 한자는 일반적으로 쓰는 한자도 아니라 통상적으로 쓰는 한자를 공부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비슷한 용어를 쓰기 때문에 한자를
[주간한국 박철응 기자] 법은 어렵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2019년 한국법제연구원의 '국민 법 의식 조사'에서는 법률 용어와 문장에 대해 10명 중 7명꼴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법치주의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이 정작 법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에 이규민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020년 12월에 '우리말글 법률 만들기를 위한 국회 의사 절차 임시특례 법안'을 발의했다.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법제사법위원회에 법률 용어 및 표현의 정비에 관한 사항을 전담해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국가와 지자체 등에서 도시 계획을 수립할 때 민간이 소유한 토지를 강제로 취득하는 토지수용 제도가 있지만 토지 소유주가 ‘깜깜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평가 등 관련 제도가 복잡하고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난해한 전문용어까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관련한 전문용어는 유독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토지 소유주는 재산권 행사에서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부동산과 관련한 전문용어를 알기 쉽게 순화하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졌지만 관련 법개정 불발 등으로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국내에 퍼지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정부나 의료기관이 방역에 주력하느라 관련 용어까지 순화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관련 용어를 좀 더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위드 코로나’, ‘부스터 샷’, ‘뉴 노멀’, ‘언택트’, ‘셧다운’, ‘의사환자’, ‘검체검사’ 등 외국어로 된 의료 용어를 비롯해 이해하기 쉽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어려운 법령을 하나씩 바꿔가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께서 법령을 알기 쉽게 만드는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입니다.”법제처 법제지원국 법령용어순화팀 이경아 주무관은 2006년부터 시작된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알법)’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법률의 한글화 등 총 977건의 알기 쉬운 법률안을 마련하고 2000여 건의 하위법령 정비까지 수많은 법령의 용어와 문장을 정비했다.이처럼 꾸준한 법령 한글화 노력에 힘입어 이 주무관은 지난해 한글날
[주간한국 박철응 기자] '심정지, 골든타임을 잡아라. 식의약 바로 알기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방법'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에 낸 안내 자료의 제목인데, 자동심장충격기가 자동제세동기나 AED(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와 동일한 용어임을 별도로 밝혔다. 안전과 직결되는 용어인데도 우리말과 한자어, 영어 표현이 제각각 쓰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자어와 외국어는 공공의 영역뿐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넓고 깊게 파고 들어와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이른바 '훈민정음 게임'은 외국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지난해 정부는 법무부 소관의 법률을 내용보다는 표현 위주로 살펴보고 어려운 법률 용어를 알기 쉽게 순화하는 취지의 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는 ▲등기특별회계법 ▲민사소송비용법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소액사건심판법 등 4개 법률이 그 대상이었다. 법무부는 이들 법률의 조문에서 어색한 표현을 하나하나 다듬어 각각 개정안을 제출했고 그해 1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실제로 개정으로 이어진 것은 소액사건심판법 한 건에 그쳤고 다른 법안은 묻힌 채 국회에 무기한 계류돼 있다.국회 상임위 문턱도 못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최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이 있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대통령, 2021년 임성근 판사 탄핵심판 이후 첫 장관 탄핵 사건이다.이러한 탄핵심판은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상당히 중대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 역사적인 사건을 국민들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일상에서 쓰이지 않는 법률 용어 때문이다.헌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판결문이 비교적 간결하고 명확해 논리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편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난해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피고인에게 위 법률조항의 형을 작량 감경한다.”최근 진행된 한 형사 재판 판결문의 일부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작량 감경’(酌量減輕)이란 ‘법률적으로는 특별한 사유가 없더라도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이 그 형을 줄이거나 가볍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전을 찾아보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지는 단어다.이 단어는 지난 2015년 법무부가 어려운 한문 표현을 국민이 쉽게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바꾸겠다며 예시로 든 사례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법조계에서는 민법·형법·형사소송법 등
[주간한국 박철응 기자] '봉안의 소유자는 수류지의 일부가 자기 소유인 때'(민법 제230조 제2항 중)이는 '건너편 기슭의 소유자가 물이 흐르는 토지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를 뜻한다. 민법은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한자어들로 차고 넘친다. 한국민사법학회장을 지냈으며 과거 법무부의 '알기 쉬운 민법' 개정위원회에도 참여했던 윤철홍 숭실대 교수는 2016년 관련 논문에서 "우리 민법전의 용어들은 추상적 개념어들로 채워져 6세기에 제정된 로마법대전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난해한 법전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고 했다. 60%가량의 조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정치권에서는 다시 개헌 논의가 불붙고 있다. 헌법 전문에 5월 정신을 수록하는 문제를 두고 개헌 방법과 내용에 대해 여야 이견차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개헌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국한문 혼용인 헌법을 한글 전용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비교적 관심권에서 벗어난 것이 사실이다. 다른 법은 법제처에서 2006년부터 추진해온 '알기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으로 어려운 한자어, 일본식 용어 등을 쉬운 한글로 대체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한글과 한문이 혼용된 헌법은 이런 작업을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헌법을 비롯해 민법·형법 등 법전 곳곳에는 사전이 없다면 뜻조차 알기 어려운 표현이 넘쳐난다. 판결문의 관행적인 표현도 일반인에게는 암호처럼 느껴진다.일본식 언어의 잔재가 깊고 난해한 법조용어만 고집하는 고질적인 관습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특정 직업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을수록 이른바 ‘전문 용어’가 많아지기도 한다. 법조계와 의료계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난해한 법률 용어로 장벽을 친 법조계’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법조계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법률 수요자인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Beer & Non-Alcohol Beer sharing, 정원테라피 등의 활동을 한다.’, ’Tea Party, 드로잉 체험 등을 할 수 있다.‘지난해 10월 전남 순천시가 배포한 ‘개방정원과 연계한 열린정원 여행 프로그램 운영’이라는 보도자료의 일부 내용이다. 해당 자료를 살펴보면 ‘정원 테라피’나 ‘드로잉 체험’같은 외래어와 한국어를 접목시켜 표기한 부분은 오히려 나은 편이다. 아예 한글 표기 없이 영문만 버젓이 실려 있는 대목도 있다. 영어를 잘 모르는 이들은 해석 자체가 불가능하다.‘맥주·무알콜
[주간한국 박철응 기자] '태풍 '링링'과 '타파' 등으로 인한 도복 피해' - 한자어 도복(倒伏)은 쓰러짐을 의미한다. '고열로 모돈 5마리가 폐사되었다' - 어미 돼지를 모돈으로 썼다. '전도 위험이 있는 가림막' - 전도(顚倒) 는 넘어짐을 의미한다. 유리 공주대 교수 등 연구진이 2020년 발표한 '행정기관 보도 자료의 어휘 및 외국 문자 사용 실태 조사'에 나오는 대목이다. 한 광역자치단체의 보도자료 1161건을 분석한 결과, 대체어(순화어)가 있는데도 어려운 한자어와 외래어가 쓰이거나 사전에도 올라와 있지 않은 임시 조어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육회가 ‘six times', 곰탕이 'bear stew'? 과거 국내 한식당에서 메뉴판에 이 같은 엉터리 영어 번역문을 병기하는 해프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크게 알려진 적이 있었다.식당 주인은 그야말로 ’망신살‘이 뻗친 일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웃고 넘어갔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말의 영어 번역문이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불친절한 영어 표기로 불편을 느낄 수 있어서다.최근 이 같은 언어장벽을 깨기 위해 부산광역시과 인천광역시 등 지자체들이 경제자유구역에 조성된 국제도시에서 영어를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2021년 가을, 한 출판사가 내놓은 독학사 교양 국어 교재에 “훈민정음은 한자의 발음기호로, 한국어를 표기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독학사는 국가에서 실시하는 학위취득시험으로 대학교 검정고시의 일종이다.이 논란은 공교롭게도 그 해 10월 9일 ‘한글날’ 다음 날에 한 누리꾼이 “독학사 교재에서 훈민정음에 관한 이상한 내용을 봤다”는 글을 특정 누리집(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면서 시작됐다.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결국 이 출판사는 해당 교재의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쓰기 쉬운 문자로 꼽히는 한글. 그러나 최근 몇 년 전까지도 법정에 설 수밖에 없는 '수난의 역사'를 거쳐왔다. 뿌리 깊은 한자 애용론에 가로막혀 공문서와 교과서에 한글 표기를 규정한 한글전용 정책은 두 번이나 헌법 소원이 청구되기도 했다. 잊을 만 하면 고개를 드는 한자 애용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특히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자는 논란은 1945년 해방 이후에도 줄곧 불거져왔다. 해방 직후 당시 조선어학회로 불리던 한글학회는 한글 쓰기 운동을 꾸준히 벌여왔다.이에 1945년 11월 ‘한자 사용을 폐
'말은 나라를 이루는 것인데,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 한글을 대중화시킨 대표적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이 남긴 말이다. 2023년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절실하게 다가온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가장 큰 목적은 소통이며, 인본주의와 인권의 개념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공공 언어에 외래어와 외국어가 남용되고, 그만큼 국민 알권리가 침해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글은 한국인의 자랑이자 권리다. 은 공공 영역에서 한글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과 논란, 개선 과제를 20회에 걸친 장기 기획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