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 국민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수단"
"2000명 증원은 최소한 규모…늦출수록 피해 커져"
"의료개혁, 의사 협력 필수…머리 맞대고 논의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의료 개혁이 바로 국민을 위한 우리의 과업이자 명령"이라면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집단사직 등 반발을 이어가는 의료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께 유익한 것이라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끝까지 해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의료계의 반발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교수들까지 나서 집단 사직을 예고하면서 정부와 의료계 간 '강 대 강' 대치는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 역시 의료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환자의 곁을 지키고, 전공의들을 설득해야 할 일부 의사들이 의료 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고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며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부여된 의사면허를, 국민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가 부족한 지금의 상황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매년 국민들이 의사들 눈치를 살피면서 마음을 졸여야 한다면,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확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국민들께서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대 정원을 현행 3058명에서 2000명 증원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한번 재확인한 것이다.

19일 오전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 한 강의실에서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오전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 한 강의실에서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의료 개혁을 반대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의대 정원 확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의견이 배제됐다는 데 대해 정부가 꾸렸던 각종 조직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수십차례 정원 확대 방안을 협의했고 특히 의사단체와 구성한 의료현안협의체에서는 무려 28차례나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협회와 전공의 단체에 적정 증원 규모 의견을 듣기 위해 1월까지 공문을 보냈지만, 의사 단체들은 의견을 제출 하지 않고 의사가 부족하지 않단 말만 되풀이했다"며 "그러는 동안 국민들은 우리 정부의 의료 개혁에서 필요조건인 의사 증원이 빠져 있다는 걸 지속 질책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상황을 짚으면서 "의료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필연적으로 의사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의미한다"며 "(2000명은)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의사 인력 정책은 시대와 현실에서 동떨어져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며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한 이런 상황에서 필수 의료가 붕괴하지 않는다면 기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증원을 늦추면 늦출수록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국민에 돌아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늘리거나 연기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협상 조건에 대해 "국민께서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증원이 필요해질 뿐 아니라, 매년 증원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의료대란과 같은 등이 반복되고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의사 수가 늘어날수록 의료의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법조계와 같은 다른 전문 분야를 보더라도 전문가가 늘어나면 시장이 커지고, 산업 전체의 규모와 역량이 더 커졌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의학을 공부하고 임상을 경험한 의사들이 바이오 메디컬 산업 분야에 진출하게 되면 의료인들의 기회와 활동 영역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면서 "의료서비스 수준의 향상은 당연하고, 이를 통해 엄청난 국부와 대규모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오전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 한 강의실 책상에 학과 잠바와 의사가운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오전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 한 강의실 책상에 학과 잠바와 의사가운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내년도 의대 정원 증가분 2000명을 비수도권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대폭 배정해 지역 필수 의료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별 인구·의료수요·필수 의료 확충 필요성·대학별 교육여건 등을 감안해 증원된 의대 정원을 먼저 권역별로 배정하고, 다시 권역 내에서 의과대학별로 나누어서 입학 정원을 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의료계가 동참해 주길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의료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협력이 가장 필요하다.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면서 "오는 4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 대표, 전문가들과 의료 개혁 과제를 깊이 있게 논의해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소아산부인과 의사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히면서 "잠도 못 자면서 고위험 산모와 중증 소아 환자들을 챙기는 의료진의 모습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환자 곁을 떠난 의료진도 이분들과 같이 환자의 곁으로 다시 돌아와 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운영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지난 15일까지 모두 1414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센터는 이 가운데 상담을 통해 509건을 피해사례로 신고 접수했다. 수술 지연 신고가 35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진료 취소가 88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진료 거절 48건, 입원 지연 23건으로 집계됐다. 신고된 피해사례의 28%에 해당하는 141건은 의료기관으로부터 불이익받을 것을 고려해 익명으로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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