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양효진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 당시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에 승선해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할 때까지, 김연경과 양효진은 대표팀에서 14년 동안 둘도 없는 ‘자매’이자 ‘절친’이었다. 두 선수는 당연히 현재도 그 끈끈함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배구계 절친이라도 ‘정상’의 자리를 양보할 수는 없는 법. 왕좌에 앉기 위해 먼 길을 돌아온 김연경과 양효진은 서로에게 악의 없이 칼을 겨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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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은 28일 오후 7시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치른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현대건설과 플레이오프에서 정관장을 누르고 올라온 흥국생명의 끝판 대결.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시즌 내내 선두 다툼을 펼쳤던 두 팀의 최후 대결이면서도, 오랜 인연 간의 진검승부이기도 하다.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과 미들블로커 양효진은 선후배 그 이상의 '절친'이다. 두 선수는 약 10년 동안 대표팀 룸메이트로 함께 지내고, 그 이상의 세월을 함께 보내며 2012 런던 올림픽 4위, 2020 도쿄 올림픽 4위 등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전성기를 이룩했다. 김연경이 방송에 출연할 때 양효진도 자주 모습을 비추며 오랜 ‘절친’임을 제대로 인증했다.

하지만 아무리 친한 언니, 동생이라고 해도 V-리그 챔피언 자리를 양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 선수 모두 이 자리까지 걸어온 여정을 생각하면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흥국생명에게는 5년, 해외에서 오래 뛴 김연경에게는 2008~2009시즌 이후 15년 만의 V-리그 우승 도전이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지난해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음에도 도로공사에게 덜미를 잡히며 우승을 내줬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남, 여자부 통틀어 최초로 챔피언결정전에서 리버스 스윕(2승 뒤 3연패)을 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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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부터 지금까지 현대건설에서만 17시즌을 뛰고 있는 양효진의 사정도 이에 못지않다. 양효진과 현대건설은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에도 두 번이나 정규리그 1위(2019~2020, 2021~2022)를 달성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시즌 조기 종료 및 플레이오프 미개최로 5라운드 순위 기준 1위를 확정했음에도 왕위에 오르지 못했다. 직전 2022~2023시즌에는 초반 15연승으로 1위를 독주하다 뒷심 부족 탓에 정규리그를 2위로 마쳤고, 플레이오프에서 정규 3위 도로공사에게 밀려 챔피언결정전 구경도 못했다. 양효진과 현대건설의 정상 도전도 마지막 우승 이후 올해로 8년째다.

외나무다리서 만난 절친 김연경과 양효진은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맞대결에 돌입한다. 김연경은 플레이오프서 정관장을 제친 후 "이날 경기에 들어가기 전 양효진에게 전화가 왔다. '이기고 수원에서 보자'고 얘기한 후 경기장에 들어갔는데 이뤄져 기쁘다. 빅매치가 성사됐다. 현대건설이 이번 시즌 시작부터 잘했기에, 흥국생명도 챔프전에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 배구 안에서 울고 웃으며 서로에게 어깨를 내줬던 언니와 동생은 이제 '유일하게 양보할 수 없는 것'을 두고 싸워야 한다. 한국 여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연경과 양효진의 '왕좌의 게임'이 머지않았다.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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