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아무리 대형스타라도 데뷔전은 긴장될 수밖에 없다. 천하의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메이저리그 데뷔전 첫 타석 3구 삼진을 당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아버지 이종범의 응원과 선배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격려로 이정후는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정후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내는 이종범. ⓒNBC
이정후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내는 이종범. ⓒNBC

이정후는 29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5시10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펼쳐진 202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원정경기에서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타점 1삼진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2024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달러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아시아 야수 역대 포스팅 최고 금액이었다. 스즈키 세이야의 5년 8500만달러, 요시다 마사타카의 5년 9000만달러, 센가 코다이의 5년 7500만달러 등 일본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거 야수들을 모두 제쳤다.

많은 기대 속에 샌프란시스코에 입성한 이정후는 개막전부터 리드오프로 선발 출전했다.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첫 타석에서 3구 삼진을 당했다. 상대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의 한복판 패스트볼을 지켜보며 스탠딩 삼진을 기록했다.

KBO리그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이정후이지만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었다. 이정후는 3회초 1사 2루 두 번째 타석에서도 1루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하지만 관중석엔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이 열띤 응원을 펼쳤다. 아들의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데뷔전에 직접 응원을 나선 것이다.

이종범의 응원이 통했을까. 이정후는 5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르빗슈의 싱커를 받아쳐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였다. 관중석에 있었던 이종범은 밝은 미소와 함께 기립박수를 쳤다.

김하성(왼쪽)·이정후. ⓒ스포츠코리아
김하성(왼쪽)·이정후. ⓒ스포츠코리아

그런데 이정후는 곧바로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다르빗슈의 견제구에 걸리며 견제사를 당했다. 리드오프로서 팀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아웃이었다.

이번엔 김하성이 나섰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 이정후와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은 5회초에서 5회말로 공수교대되는 시간에 이정후와 잠깐 스치며 “신경 쓰지 마, 괜찮아”라고 이정후에게 격려를 했다.

김하성은 5회말 공격에서 2루로 진출한 뒤 중견수인 이정후를 바라보며 장난 섞인 말을 건넸다. 이정후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샌디에이고 팀원임에도 코리안리거 후배를 위해 진심어린 행동을 보여준 것이다.

결국 이정후는 2-2로 맞선 7회초 1사 2,3루에서 상대 좌완투수 마츠이 유키의 하이패스트볼을 받아쳐 중견수 방면 1타점 희생플라이를 뽑아냈다. 팀에게 리드를 안기는 귀중한 타점이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경기 후 “7회 상대의 뛰어난 왼손투수(마츠이)를 상대로 우리가 앞서 나가는 역전 타점을 올리는 등 데뷔전에서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이정후를 향해 찬사를 보냈다.

이러한 칭찬을 받을 수 있던 이유는 이종범의 응원과 김하성의 격려가 있었다. 어느 때보다 긴장됐을 경기지만 특급 도우미들이 있어 행복했던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이었다.

이정후. ⓒAFPBBNews = News1
이정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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