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전 브리핑룸을 꽃·수풀로 단장...폐기물 처리 질문엔 진땀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서울시청에서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서울시청에서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했다. 기존 녹지공간 조성 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서울시민이 어디서든 녹색을 볼 수 있도록 사업을 전개해 ‘녹시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생활녹지 공간이 잘 구비돼 가든스테이트로 불리는 미국 뉴저지주를 연상케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공원 오염이나 폐기물 처리 질문엔 진땀을 흘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4일 서울시청 기자실 브리핑룸에 나와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했다. 정원도시 서울은 2026년까지 1039억 원 규모의 신규사업을 포함해 총 6800억 원을 투입해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와 싱가포르에 비견되는 녹색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보라매공원 재정비, 노을공원 개장, 북서울꿈의 숲 조성, 수성동 계곡 복원 등을 진행하며 서울 곳곳을 녹색으로 채워 서울의 공원화율을 2022년 기준 28.53%로 끌어올렸지만 2001년 대비 3% 증가에 머물렀다. 국립공원 등 외곽산림을 제외한 ‘도보 생활권공원’ 면적은 1인당 5.65㎡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 녹색도시 계획을 보완하기 위해 ‘비움’, ‘연결’, ‘생태’, ‘감성’이라는 4가지 전략으로 ‘정원도시, 서울’ 계획을 입안했다. 

‘비움’ 전략 차원에서 송현동 부지의 경우 시민을 위한 도심 속 정원으로 비워두고, 용산공원엔 세계 여러나라의 정원을 볼수 있는 세계정원으로 꾸민다. 마곡3지구 문화시설부지는 서울식물원과 연계해 계절별 야생화를 심는다. 또 지하화를 추진 중인 영동대로, 국회대로, 경부고속도로 구간의 상부를 정원으로 꾸민다. 

‘연결’ 전략은 공원, 녹지대, 산책로를 연결하는데서 시작한다. 서울 전역의 단절된 녹지를 연결하고 정비하는 대규모 사업인 ‘서울초록길’을 오는 2026년까지 진행해 총 2063km의 녹색연결망을 조성한다. 기존 8개의 서울둘레길의 경우 21개 코스로 나눠 시민이 쉽게 접근하도록 하고,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 소나무 숲을 조성해 시민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생태’ 전략은 ‘생태정원’으로 구현된다. 남산야외식물원 주변에 남산 야외 숲박물관을 조성하고 계절별 꽃을 식재해 정원으로 바꾼다. 한강공원 내 꽃길과 꽃밭을 조성하고 도심 하천을 ‘물의 정원’으로 꾸민다. 

‘감성’ 전략은 서울정원을 대표 관광상품으로 진화하는 작업이다. 노후 공원들을 특색있는 장소로 재정비하고 근교산 캠핑장, 휴양림 등 여가시설도 확충한다. 서울정원박람회를 월드컵공원 하늘공원에서 두 달간 진행하고, 서울국제정원박랍회를 뚝섬한강공원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6개월간 연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하기 하루전 '꽃단장'을 한 서울시 기자실 브리핑룸 전면.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하기 하루전 '꽃단장'을 한 서울시 기자실 브리핑룸 전면.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서울시는 ‘정원도시 서울’ 구상 발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서울시청 2층 기자실 브리핑룸 전면에 발표 하루 전날 수풀과 꽃을 식재하는 정성을 기울였다. 오세훈 시장도 밖의 더운 날씨와 상관없이 정장에 넥타이를 맸다. 

그는 브리핑을 시작하며 기후변화를 언급해 정원도시 서울 구상이 글로벌 의제인 기후변화대응과 온실가스 감축과도 연관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2200개소의 마을정원, 1860개의 시민정원, 5분거리에 녹색을 즐길 수 있는 정원도시를 만들어 서울시를 365일 어딜 가든 녹색을 즐길 수 있는 '서울가든'으로 탈바꿈시키겠다며 브리핑을 마무리했다.

'정원도시 서울' 구상이 나왔지만 기자들의 반응은 매서웠다. 용적율 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시멘크 콘크리트 빌딩을 높이 올리면 정원도시를 꾸민들 무슨 소용이 있냐는 질타도 나왔다. 용산공원에 주한미군이 매립한 폐유 등의 처리문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오세훈 시장이 일정상 자리를 비우자 대신 대답에 나선 유영봉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빌딩이 올라가 탄소가 발생하지만 낮은 건물이 차지한 부지가 녹색으로 채워지면 탄소발생량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또 용산공원과 관련해선 “국토부 용산공원추진단이 용산공원을 다루고 있으며 서울시가 참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폐기물 처리에 대한 예산 규모를 추산해봤냐는 질문에 유 국장은 “추산은 안해봤지만 정원도시 서울 구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콘크리트 기초가 있다면 모두 걷어내는 것보다 평탄화해 재활용하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서울시가 24일 발표한 '정원도시 서울' 관리사업 목록. 표=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24일 발표한 '정원도시 서울' 관리사업 목록. 표=서울시 제공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