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30년간 ‘붉은 악마’를 자처하며 해외 원정 경기를 자비를 쓰며 축구 대표팀을 응원해온 박용식씨. 요즘 그는 축구 대표팀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과 대한축구협회의 행태에 불만과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미워도 다시한번’이라고 했던가. 그는 태국 원정을 떠난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함께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운 대표팀을 그래도 응원해줘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

박용식씨는 “요즘 한국축구를 생각하면 할말이 참 많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이강인이 주장 손흥민과 언쟁 끝에 몸싸움을 벌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며 “난 이강인이 향후 한국 축구 10년을 이끌어갈 선수라고 생각하며 아들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다고 하니 원망스럽고 미웠다”며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어쩌겠나. 손흥민과 화해했고 공식적으로 사과도 하지 않았나. 모든걸 용서하긴 어렵지만 마음 속으로 절반만 용서했다. 그리고 이강인이 더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랄 뿐”이라며 “국가대표란 자신의 명예, 부와 인기를 위해 뛰는게 아닌 태극 마크의 무게감을 느끼고 본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 빛이나는 자리다. 30년간 해외 원정을 함께 다니며 여러나라에서 조명받으며 받은 느낌”이라고 박용식씨는 말한다.

1990년대부터 한국 축구의 ‘응원단장’을 자처하며 수많은 해외 원정을 동행한 박용식씨는 “동남아 팀들이 이렇게 한국을 ‘해볼만한 팀’이라고 생각하는건 처음인 듯 하다. 한국이 ‘종이 호랑이’처럼 보이는건 그만큼 한국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라며 한탄했다.

그는 저서 ‘응원에는 은퇴란 없다’를 쓸 정도로 열혈 축구팬이다. “지금도 K리그는 물론 한국 축구 선수들의 해외리그 경기를 빼놓지 않고 새벽에 챙겨본다. 개인의 기량은 좋은데 팀으로 뭉쳐야한다. 대한축구협회부터 ‘팀’이 되어야하는데 역행하는 듯 하다”며 “그래도 어쩌겠나. 사실 태국처럼 약팀의 원정경기까지는 응원하러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현재 축구대표팀의 상황을 봤을 때 응원이 꼭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자비를 들여 다시 태국에 가게 됐다. 힘들 때 선수들에게는 더 큰 응원이 필요한 것 아니겠나”라며 태국 원정 응원을 떠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현지 태국 교민들과 함께 응원을 주도할 것이라는 박용식씨. 황선홍 임시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6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9시반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4차전 태국과의 원정경기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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