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43% vs 형제 40.5%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5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성수 기자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5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성수 기자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오너일가 간의 표대결이 예고된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표 대결 당사자들이 주주들에게 막바지 호소에 나섰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과 국민연금공단의 지지로 현 경영진측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가운데,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이 누구의 편을 들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원부터 국민연금까지…모녀측에 ‘손’

27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 현 경영진이 제안한 이사선임 안건에 찬성하기로 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측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포함한 6인의 이사회 후보를 냈다. 사내이사 2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됐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에는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전무)이 사외이사 후보로는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 박경진 명지대 경영대학 교수,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전임교수 등이 올랐다.

국민연금은 현 경영진 측 안건에 찬성하기로 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임종윤·임종훈 형제측이 제안한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하기로 했다.

이들 형제측은 본인 2명을 포함한 5명의 후보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추대하는 주주제안을 제시했다.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와 배보경 고려대 특임교수는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와 있다.

이번 국민연금의 지분(7.66%) 확보로 현경영진인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은 주총에서 다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송 회장 모녀는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으며 약 43%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는 지지를 선언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12.54%)까지 포함해 지분 약 40.57% 정도를 확보한 상태다.

모녀측은 법원까지 손을 들어주면서, 이번 주총에서 표대결 승리 시 OCI그룹 통합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임종윤·종훈 형제측이 한미그룹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한미그룹과 OCI그룹이 맺은 통합 계약은 △구주매각 △현물출자 △신주발행 등 3개 항목으로 묶인 ‘패키지 딜’이다. 이 중 하나라도 불발되면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모녀측 계획대로 이사회 구성만 이뤄진다면 통합 계약은 사실상 9부 능선을 넘게 된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임종훈 사장이 21일 전국경제인협회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최성수 기자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임종훈 사장이 21일 전국경제인협회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최성수 기자

◇양측 모두 주주들에게 막판 지지 호소

유리한 고지지만, 모녀측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분 격차가 압도적이지 않아, 소액주주 판단에 따라 상황이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양측 모두 주주들에게 마지막까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임주현 부회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이달 초 이사회에 보고하고 공개했던 주주친화 정책을 확실히 챙기고,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 보다 공격적 주주친화 정책들도 채택해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주들이 가장 우려했던 대주주의 ‘오버행(증시에 나올 수 있는 잠재적 과잉 물량)’ 이슈가 이번 통합으로 해소되는 만큼 주가 상승을 막는 큰 장애물이 치워지게 됐다”고 부연했다.

임 부회장은 “이전까지는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가 많다 보니 적극적 주주친화 정책을 펴지 못한 점에 대해 항상 송구한 마음이었다”며 “통합을 통해 신약개발을 위한 지속가능한 투자를 도와줄 든든한 파트너를 구한 만큼,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적극적 주주친화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임 부회장은 이같은 마음에서 최근 OCI와 협의해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예탁해 3년간 매각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임종윤·임종훈 형제측도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편지 형식 입장을 전달했다.

형제측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과 국민연금이 모녀측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한 점을 언급하면서 “26일은 매우 가슴 아픈 하루”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도 희망이 빛을 봤다”며 “ 재판부의 가처분 결정문 중 ‘이 사건 신주발행 등에 관한 이사진의 경영판단의 합리성과 적정성에 대해서는 향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형제측은 “법원은 한미사이언스를 OCI그룹에 편입하는 결정이 합리적이고 적정하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며 이에 대해서는 주주들이 주총에서 평가를 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며 “아직 현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을 주주분들이 바로잡아 주실 기회가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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