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시장 급성장…데이터센터 수요, 공급 앞질러
GS건설‧SK에코‧HDC현산 등 대형건설사, 시장 선점 각축전

경기 안양시 '에포크 안양 센터' 전경. 사진=GS건설 제공
경기 안양시 '에포크 안양 센터' 전경. 사진=GS건설 제공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건설업계가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데이터센터(Data Center)를 점찍었다. 과거엔 데이터센터 설계와 시공에만 참여했다면, 최근에는 개발과 운영에도 참여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다수의 정보통신 데이터를 일정 공간에 모아 통합운영 관리하는 시설로 대규모 컴퓨터 서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데이터 저장, 보안시설, 빅데이터를 저장하고 유통하는 핵심 인프라로 분류된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일반 건축물 시공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경험이 필요해 업체들의 진입 장벽이 높다. 건물 내 다수의 대용량 서버, 전자기기 등이 24시간 가동돼 시스템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건물 내 습도, 온도, 화재, 전력공급, 내진설계, 소음방지 등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GS건설은 최근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일대에 ‘에포크 안양 센터’를 준공하고, 데이터센터 시공을 넘어 개발과 운영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에포크 안양 센터’는 지하 3층~지상 9층 총 40MW(메가와트) 용량 규모의 시설로 약 10만대 이상 서버를 갖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연면적 2만2500㎡ 수준에 최소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갖춘 곳을 말한다.

10년 전부터 데이터센터를 시공해온 GS건설은 에포크 안양센터 준공으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閣) 춘천 △하나금융그룹 IDC 등 총 10건의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을 보유하게 됐다. 연면적으로는 총 약 40만㎡에 달해 건설사 데이터센터 최다 준공 실적이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신사업으로 데이터센터 개발 및 운영사업을 낙점했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3월 정관 개정을 통해 데이터센터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으며,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위한 전담 조직도 구성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데이터센터 사업의 기반이 되는 부지 경쟁력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 운영 인력 수급이 유리한 인천 외 수도권 인근의 부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HDC그룹이 올해 하반기 상업운전을 개시하는 통영천연가스발전소 내 부지도 사업 대상지로 검토하고 있다. LNG를 활용한 냉각솔루션 구축에도 유리한 입지로 손꼽힌다.

회사 측은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에너지 발전사업과 데이터센터가 연계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차세대 친환경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SK에코플랜트도 데이터센터의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부터 운영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데이터센터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는 싱가포르 기업 디지털엣지와 손잡고 인천 부평구에 120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이 데이터센터에는 국내 최초로 330kW(킬로와트) 규모의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가 설치돼 보조전원으로 활용된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사업 외에도 캠퍼스·모듈러 타입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센터 상품을 개발 중이다. 특히 넷제로(Net Zero)·분산에너지 활성화 등 환경 변화에 맞춘 지속가능한 사업모델 구축과 연료전지 등을 활용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전력효율은 높인 ‘그린 데이터센터’ 사업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DL이앤씨를 핵심 계열사로 둔 DL그룹 지주사 대림도 지난 1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 소재 데이터센터 신축 공사 착공에 나섰다. 사업 기획부터 부지 선정 및 매입, 인허가, 자금 조달 등 개발 사업 전반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며, 다양한 국내외 파트너사와 함께 데이터센터 디벨로퍼 사업을 적극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림은 2021년 호주 ‘DCI Data Centers(이하 DCI)’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번 사업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대림이 사업 기획부터 부지 선정 및 매입, 인허가, 자금 조달 등 개발 사업 전반을 주도했다. 2025년 준공 및 서비스 개시가 목표다.

한화 건설부문 역시 ‘인천 가좌 데이터센터’, ‘고양삼송 이지스 데이터센터’를 착공해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서의 역량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신사업으로 데이터센터를 낙점한 이유는 폭발적인 시장 성장세 때문이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말 기준 160개가 운영되고 그 숫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 등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센터의 경우 2010년 21개에서 올해 40개, 2027년에는 74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산업에 접목된 이후 데이터를 많이 쓰는 챗GPT와 자율주행차 등의 활용이 증가하면서 이 같은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대 초반 클라우드, 2020년 코로나 펜데믹에 따른 데이터 수요 증가에 이어 2023년 생성형 AI 시장이 크게 성장하며 데이터 센터 수요는 현재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신축공사의 경우 사업비가 수천억 원대를 상회하고, 임대사업을 통해 일정 수익을 얻을 수 있어 향후 건설사들에게 안정적인 일감이 될 수 있다”면서 “다만 데이터센터 공사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최첨단 보안시스템이 요구되는 등 일반 건축공사보다 까다로운 기술력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형사 위주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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