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PHEV. 사진=현대차
쏘나타 PHEV. 사진=현대차

[주간한국 박현영 기자] 지난달 미국 제네시스 딜러 회장이 현대차그룹에 제네시스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출시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아직 '순수 전기차'(EV) 구매를 주저하는 고객을 위해 중간 단계로 PHEV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미 차업계에선 꾸준히 PHEV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현재 EV는 충전 인프라와 1회 충전 주행거리, 배터리 충전시간 등 면에서 여러 과제들이 남아 있다. 이에 불편함없이 타고 다닐 수 있는 현실적인 전기차는 아직까지 PHEV라는 주장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장점 결합한 현실적인 친환경차 ‘PHEV’

PHEV는 내연차의 단점으로 지적된 충전 문제를 해결한 것이 특징이다.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모터를 모두 탑재해 배터리 충전시 전기차처럼 주행이 가능하다. 배터리 소모시엔 일반 내연기관 차량처럼 주유소를 이용할 수 있다. 장거리에도 배터리 방전 우려가 없는 전기차인 셈이다.

배터리 방전은 전기차 운전자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다. 실제 한 전기차 브랜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전기차 운전자들은 배터리 소모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 충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PHEV는 전기차 모드로 주행할 경우, 보통 40~50㎞까지 가능해 도심 출퇴근이나 도심 주행 용도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이는 PHEV의 가장 큰 장점이 연비라는 점과 이어진다. 일상 주행시 경로와 습관에 따라 전기차 모드로만 주행하고, 연료를 소모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전기차 모드로만 최대 100㎞까지 달릴 수 있는 차량도 등장해 엔진 주행은 비상시에만 사용할 정도까지 됐다.

이 같은 장점에 최근 소비자들도 다시 PHEV를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의 인기가 최근 시들해진 탓도 있다. 그동안 전기차는 PHEV보다 출고가가 비싸지만 보조금 덕분에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보조금이 하락세를 보이며, 전기차와 PHEV 가격 차이가 줄어들자 굳이 전기차만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한 수입차업계가 프리미엄 라인업에 PHEV 모델을 속속 내놓고 있는 것도 PHEV의 좋은 반응으로 이어졌다.

한편, 업계에선 PHEV 구입시 단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PHEV는 중량이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해 내연기관 모드로 다닐 경우,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연비는 떨어진다. 또 고용량 배터리는 차량 생산단가도 높여 찻값 역시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에서 배제돼 보조금 혜택 등도 미흡하다.

현대 그랜저. 사진=현대차
현대 그랜저. 사진=현대차

현대차, PHEV 차량 국내출시 검토

현대차는 2015년까지 국내 시장에서 '쏘나타 PHEV' 모델을 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판매가 저조하고, 2021년 PHEV를 포함한 HEV의 정부 보조금이 폐지되자 같은 해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내년을 목표로 국내에 '그랜저와 싼타페' PHEV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국내에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 브랜드의 PHEV 모델들이 선전하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7세대 '그랜저 PHEV' 파워트레인 개발 계획을 부품 업계에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랜저에 장착되는 2세대 PHEV 시스템은 기존보다 동력 성능과 연료 효율 모두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회 충전으로 최대 100㎞까지 주행할 수 있다. 또 현대차는 현재 개발 중인 '싼타페 PHEV'도 국내에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모델 역시 2세대 PHEV 시스템이 적용됐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신차 출시계획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해외 시장에서 싼타페, 쏘렌토, 투싼, 스포티지, 니로 등의 모델을 PHEV로 판매해 왔다. 이에 국내에서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지 국내 출시가 가능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PHEV는 기술적으로 완성된 모델로 배터리 용량만 고려하면 된다”면서 “현대차는 소비자 수요를 파악하며 신차 출시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싼 PHEV 사진=현대차
투싼 PHEV 사진=현대차

PHEV 국내판매 증가 해법은 결국 정부정책 개선

차업계 관계자들은 PHEV의 국내 판매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 세계가 탄소저감 등을 이유로 친환경차 전환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주로 판매되는 하이브리드(HEV) 차량은 강화된 친환경차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친환경차의 탄소배출 기준을 1㎞당 81g으로 낮췄다. 현재 친환경차로 분류되는 쏘나타 HEV의 탄소배출은 88g이다. 당장 내년부터 쏘나타 HEV는 친환경차가 아닌 일반 내연기관 차량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HEV가 친환경적인 부분이 강하지만 탑재된 배터리 용량이 적어 전기차 모드로 갈 수 있는 주행거리가 매우 짧다”며 “결국 엔진이 가동되고 배출가스가 나오는 한계성으로 친환경차의 범주에는 들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HEV가 친환경차의 한 종류로 만들어졌지만 앞으로 친환경차 기준에 들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전기차에 더 가까운 PHEV만 무공해차의 범주에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PHEV는 전기차 모드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탄소배출을 1㎞당 26g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는 PHEV의 구매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등 친환경차 혜택을 대폭 축소한 상태다. PHEV가 차량구입 후 충전없이 내연기관 모드로만 주행할 수 있어, 단순 차량 구매만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PHEV가 완전한 친환경차로 인정하기 위해 보조금 제도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구입시 일시불로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과 달리, PHEV 보조금은 후불제로 지급해야 한다”며 “최근 운전자의 동의를 구하면 충전 횟수와 주유 횟수, 충전 후 주행거리 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전기차 모드 주행거리에 맞게 보조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전기차 구입 후 주행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 몇 백만원씩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닌, 실제 주행을 통해 친환경 운행을 하는 운전자들에게 적절히 지원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PHEV 운전자들이 자발적으로 충전을 자주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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