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안효문 기자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안효문 기자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하이브리드차 전성시대다. 유가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전기차 판매는 주춤하다. 디젤차는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국산차 업체와 수입차 업체 모두 하이브리드 신차를 앞다퉈 출시하는 배경이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차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더한다.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차값을 더 내는 만큼 기름값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 손익 계산을 꼼꼼히 해야 한다.  

현대차가 스타리아 하이브리드를 출시한다고 했을 때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신인 스타렉스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벗었다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스타리아를 경제성이 중요한 ‘밴’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커서다. 3000만원대 중반에서 시작, 풀 옵션은 5000만원에 육박한다. 설득력 있는 가격 정책인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와 파주 일대에서 시승하며 신차의 상품성을 확인했다.

◇ 정숙성·연료 효율은 ‘엄지 척’...승차감은 ‘물음표’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안효문 기자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안효문 기자

동력계는 1.6ℓ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 및 배터리의 조합이다. 시스템 종합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7.4㎏f∙m의 성능을 갖췄다. 연료효율은 구성에 따라 복합 ℓ당 12~13㎞로 인증 받았다. 제원표 상 성능 및 연비는 기존 디젤 및 LPG를 상회한다.

출발 가속이 산뜻하다. 엔진이 깨어나며 연료 소비와 소음·진동이 심한 구간에서 전기모터가 조용히 힘을 싣는 덕분이다. 다른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저속에선 모터만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밴은 박스형 구조 때문에 소음·진동이 클 수밖에 없다. 공기 저항도 크고, 노면 진동도 많이 올라온다. 실내 공간이 크니 차 안팎에서 들어오는 소리도 더 크게 들린다.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스타리아 하이브리드는 기존 내연기관차들보다 조용했다. 형태상 풍절음은 어쩔 수 없지만 엔진 소음이 극단적으로 줄어든 덕분이다. 이전까지 스타리아(스타렉스)를 두고 승용밴이라 하면 ‘아직은 부족하다’라는 의견이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 있었지만, 적어도 소음 측면에선 하이브리드가 이런 논란을 잠재울 만하다고 느껴진다.

다만 2~3열에서 승차감은 경쟁차로 지목되는 기아 카니발과 비교해 우위를 점하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밴의 구조상 노면 진동이 강하게 올라오는데, 높은 시트 품질이 아쉬울 정도로 진동이 꽤나 강하다. 구조 보강이나 서스펜션 세팅으로 어느 정도 억제하려는 시도는 느껴진다. 하지만 박스형 밴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준은 아니었다.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처음 시승차를 받았을 때 기름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 트립 컴퓨터에 표시된 주행 가능거리는 720㎞ 정도였다. 자동차 전용도로와 정체 구간을 아우르며 100㎞ 정도 달린 결과, 표시된 연비는 ℓ당 10㎞ 전후였다. 연비를 고려하지 않고 다소 과격하게 달린 수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이브리드 탑재를 수긍할 만한 수준이었다. 내리막길이 많은 구간에선 ℓ당 13㎞까지 올릴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 외에도 '정체구간 특화 제어' 기능이 인상적이었다. 내비게이션 정보와 차 주행 상태를 종합, 정체구간에서 변속 패턴과 엔진 시동 시점을 정밀하게 제어해 기름소비를 줄인다. '가다 서다'가 심한 구간에서 불필요한 조작을 줄여주는 덕분에 피로도도 평소보다 적게 느껴졌다.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안효문 기자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안효문 기자

큰 차 운전 경험이 없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큰 덩치에 비해 차가 운전자의 의도를 잘 따라온다. 스티어링 휠 무게감도 적당하고, 차체 제어에 전자장치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사각지대를 줄여주는 다양한 장비들 덕분에 차폭 등 감을 잡기도 수월하다.

◇ 비행기 비즈니스석 연상케하는 2열 독립시트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외관은 기존 스타리아와 차이가 없다. 얇은 주간주행등을 전면부 전체에 두르고, 헤드램프는 범퍼와 일체형이다. 매끈한 한 덩어리의 형태에 아이스큐브 형태의 LED 램프를 전면에 배치했다. 처음 현대차가 스타리아를 공개했을 때 ‘우주선’ 콘셉트를 제시했는데,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실내는 넓고 고급스럽다. 콘솔박스는 큰 생수병 2~3개는 충분히 수납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차 곳곳엔 충분히 깊이 있는 컵 홀더가 배치돼 여러 사람이 타도 불편함 없을 정도다. 7인승 기준 모든 좌석에 사람이 탑승해도 짐이나 소지품을 놓기에 충분한 공간을 갖췄다.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안효문 기자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안효문 기자

시승차엔 2열 독립 시트가 적용됐다. 몸을 감싸는 가죽의 질감이 꽤나 고급스럽다. 시트 하단에 위치한 버튼으로 리클라이닝 및 슬라이딩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열선/통풍 기능도 탑재했다. 무릎 받침대까지 펴면 거의 누워서 가는 자세가 된다. 비행기 비즈니스석처럼 편하게 앉아 갈 수 있다.

3열도 성인 남자가 오래 앉아있어도 무리 없을 정도로 무릎 공간이 넉넉하다. 등받이도 어느 정도 기울일 수 있고, 각 좌석마다 별도 조명과 컵홀더를 배치하는 꼼꼼함도 보여준다. 쿠션감이 2열에 미치진 않지만 충분히 편안하다.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안효문 기자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안효문 기자

운전석에선 작지만 알찬 센터페시아 구성이 돋보인다. 계기판과 디스플레이는 모두 디지털 방식으로, 다른 현대차의 신차와 마찬가지로 최신 구성을 따르고 있다. 대부분의 기능은 터치식으로 구현했다. 전자식 버튼 변속기를 채택, 공간활용성도 높다.

차값이 오른 만큼 기본 구성도 충실하다. 전방 주차 거리 경고, 하이패스, 공기청정모드, 애프터 블로우(공조기 내부를 자동으로 건조해 세균증식 등을 막는 기능), 후방모니터 등 선호도 높은 기능 다수가 기본 적용됐다.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안효문 기자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사진=안효문 기자

스타리아는 현대차 내수 판매에서 1톤 트럭 포터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어린이 통학차량이나 택시 등 상용밴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지만, 가족 단위 이용자들의 편안한 장거리 주행을 돕는 동반자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게 현대차의 전략이다.

그래서 고급화가 필요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일반 소비자에게도 매력적인 상품으로 다가가고, 친환경성도 살리기 위해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 시장 반응이 궁금해진다. 풀옵션을 적용한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라운지 7인승 인스퍼레이션의 가격은 4946만원(개소세 5%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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