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비용 증가에 고민하면서도 연봉은 상승
혜자 카드 줄이고 무이자 없애며 부담 전가

사진=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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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고금리 기조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로 업황 악화가 장기간 이어지자 그간 어려움을 토로했던 카드사들이 임직원의 연봉은 꾸준히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등을 핑계로 신용카드 이용자에게 주는 혜택을 축소해왔던 카드사들이 은행권보다 높은 평균연봉을 가져가자 비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직원들의 평균 연령과 근속 연수가 오르고 있어 평균 연봉이 오른다고 항변했지만 '혜자 카드' 단종,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 등 소비자 관련 혜택은 줄이면서 실적 부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각 카드사가 공시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1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일부 카드사들은 은행권보다 높은 보수를 지급했다. 연차 보고서를 공개한 KB국민은행의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1800만원, 우리은행은 1억1200만원으로 나타났다.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회사는 삼성카드로 4년 연속 카드사 평균 연봉 1위를 기록했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4600만원이다. 2022년 1억3900만원보다 5.5% 증가했다. 임직원 수는 2022년 2007명에서 지난해 1988명으로 줄어든 반면 보수 총액은 늘어나면서 평균 연봉이 상승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임직원에게 평균 1억2200만원의 연봉을 지급했다. 2022년 1억2800만원에서 4.1% 감소한 금액이다. 임직원이 2593명에서 2628명으로 늘고 보수 총액이 줄며 평균 연봉이 낮아졌다.

KB국민카드의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2100만원으로 카드사 중 3번째로 높았다. 2022년 1억2700만원과 비교하면 4.4% 감소했다. BC카드는 지난해 임직원에게 평균 1억1300만원의 연봉을 지급했으며 2022년 1억700만원 대비 6.4% 증가했다.

하나카드의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12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1.3% 줄었고 현대카드도 1억4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3.3% 감소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으로 1억400만원을 지급했다. 1년 전 1억원보다 4,7% 증가한 금액이다.

평균 연봉이 제일 낮은 회사는 롯데카드였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은 9000만원으로 1년 전 8400만원과 비교하면 7.9% 증가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사 전체로 보면 카드사가 상대적으로 평균 연봉이 높다"며 "직원들의 평균 연령과 근속 연수가 높아지면서 평균 연봉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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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부 혜택 줄이고 혜자카드 없애며 연봉 인상

카드사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공개되자 일각에선 소비자 혜택은 줄였지만 임직원의 연봉은 올리면서 실적 부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카드사들은 실적이 줄자 이에 따른 비용 절감 차원에서 혜택을 강화한 '혜자카드' 상품을 단종했다. 또 무이자 할부 등의 혜택도 줄였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익 총합은 2조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47% 줄어든 수준이다.

롯데카드의 자회사 매각분을 제외할 경우 7개 카드사의 순익 총합은 1조8103억원에 그쳤다. 2022년 같은 기간 2조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1년새 18.40%가량 큰 폭 쪼그라들었다.

카드사의 실적 부진은 카드 단종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전업 카드사의 카드 458종이 단종됐다. 2022년(116종)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규로 출시된 카드는 175종에 그쳤다.

아울러 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빙 등의 대출금리는 올려 주로 중저신용자로 이뤄진 카드 이용자의 경제적 부담은 가중시켰다. 특히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의 경우 법정최고금리(20%) 수준까지 올리며 '고금리 장사'를 이어나갔다.

실제 카드사들은 지난해 무이자 할부 혜택을 대폭 줄이면서 수수료 수익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2022년 11월에만 해도 삼성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가 최대 6~12개월 무이자 할부를 지원했으나 현재는 6개월 무이자 할부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적 악화를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에 대해 카드사 관계자는 "직원들의 평균 연령과 근속 연수가 오르고 있어 평균 연봉이 오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라며 "카드업계 자체가 장기 근속자가 많은 상황이라 인력이 정체되며 연봉이 지속 오름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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