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지난달 48만명 돌파...4년 만에 10배 급증"
계좌 개설 쉬워지고 매매차익·배당금은 증여세 적용 안돼
향후 우량고객 가능성...증권사, 마케팅으로 적극 유치 나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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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지난해 미성년자의 계좌 개설이 간편해지면서 증권사들의 미성년 고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미취학 아동, 초등학생의 비중이 높은데 이는 증여 관련 절세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향후 미성년 고객들이 우량 고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 증권사들도 이벤트를 진행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미성년 고객 수가 지난달 48만명을 돌파했다. 2019년 4만명에서 4년 만에 10배가 넘게 늘어난 것이다. 키움증권은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도 각각 24만명, 8만명을 넘어 실제 투자에 참여하는 고객 비율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4월 관련 법 개정으로 법정대리인(부모)이 미성년 자녀의 계좌를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게 되면서 고객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개정 이전에는 부모가 자녀의 인감,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지참해 지점에 방문해야 했다. 시간의 제약뿐만 아니라 증권사 지점의 경우 은행에 비해 그 수가 극히 적어 내방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을 개편해 고객들은 MTS를 통해 미성년 고객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했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1월 미성년 고객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3만 계좌를 돌파했다. 연령별로는 초등학생 비중이 38%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미취학 아동이 36%,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각각 15%· 11%로 뒤를 이었다.

미성년 고객들은 주로 애플, 테슬라 그리고 상장지수펀드(ETF)인 SCHD 순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종목들은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낮아 장기적인 투자 종목으로 인기가 높다.

초등학생과 미취학 아동의 비중이 70%가 넘는다는 점, 이들이 많이 찾는 종목이 장기 투자로 매력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미성년 계좌의 상당수는 부모가 주도적으로 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녀의 주식계좌를 이용할 경우 증여 시 증여세가 면제되는 등 절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증여할 때 증여세 공제 한도를 넘기면 증여세를 내야 하는데 미성년자 기준으로는 10년간 2000만원이다. 그러나 증여된 돈으로 주식을 매매해 얻은 차익이나 배당금에 대해서는 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미취학 시기, 초등학생인 자녀의 계좌를 개설하고 돈을 증여해 애플, 테슬라 등 장기성장주와 SCHD와 같은 배당성장 ETF를 매수하는 것이다.

키움증권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도 미성년 고객이 처음 매수한 해외주식으로는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매년 상위권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ETF 역시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종목 중 하나다.

이에 증권사들은 적극적으로 미성년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단기적인 수탁수수료 수익뿐만 아니라 이들이 미래 우량 고객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 개정 직후인 지난해 5월 KB증권은 계좌 개설 시 애플, 테슬라, 삼성전자 등 종목의 1만원 상당 소수점 주식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NH투자증권은 적립식 첫 거래 이벤트를 진행해 계좌 개설 후 첫 매수 10만원 이상 거래 시 20달러의 투자지원금을 제공했다. 또 이벤트를 기념해 어린이 그림 공모전도 열었다.

특히 미성년 고객이 용돈을 많이 받는 시기인 명절에도 증권사들의 이벤트가 이어졌다. 지난 설에는 미래에셋증권이 부모가 자녀에게 새해 덕담을 남기면 세뱃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NH투자증권은 설 기간 비대면 신규 계좌 개설 시 백화점 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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