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넥스트, '넷제로 전력시스템 실현을 위한 전력시장 진화 방향' 세미나
“재생에너지는 연료비 없는데 전력시장 도매가격은 연료비로 결정”

김승완(왼쪽 끝) 충남대 교수가 세미나에서 한국 전력시장이 봉착한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김승완(왼쪽 끝) 충남대 교수가 세미나에서 한국 전력시장이 봉착한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김승완 충남대 교수가 한국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전력시장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사)넥스트가 28일 주최한 ‘넷제로 전력시스템 실현을 위한 전력시장 진화 방향’ 세미나에서 최근 한국 전력시장(CBP, 변동비반영시장)이 당면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전력거래소는 발전단가가 가장 낮은 전력부터 그날의 전력수요가 충족될 때까지 순차적으로 구매한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보급확대를 염두에 둬 전력가격에 상관없이 100% 구매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자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이 원전, 석탄발전, 가스발전 전력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을 때는 전체 전력 공급량의 50%를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다른 전력은 전기를 팔지 못한다. 전력을 팔 기회를 얻은 발전기들도 낮은 전력도매가격으로 고통받는다.  

김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없는데 전력도매가격은 연료비로 결정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가 늘어 전력도매가격이 떨어지면 재생에너지, 원전, 화석에너지 모두 망하는 재생에너지 패러독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재생에너지의 평균 비중은 높지 않은데 날씨가 좋아 발전량이 최대를 찍으면 그날 발전믹스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50% 가까이 된다”며 “봄과 가을같이 전력 수요가 낮을 때 원전과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생산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전력시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료비가 도매가격의 기준인 변동비반영(CBP)시장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로 인해  전력도매가격이 우하향됨을 보여주는 그래프들. 자료=김승완 교수 제공
연료비가 도매가격의 기준인 변동비반영(CBP)시장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로 인해  전력도매가격이 우하향됨을 보여주는 그래프들. 자료=김승완 교수 제공

실제 전력수요가 낮은 봄철이 도래하자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한전전력그룹 산하 발전공기업은 비상 전력수급체제에 들어갔다. 어떤 날은 날씨가 좋아 냉난방기가 필요없어 계통한계가격(SMP)이 0인 날도 있다.

이에 따라 현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확대 정책도 영향을 받는다. 재생에너지와 함께 연료전지, 원전은 경직성 전원이다. 이미 재생에너지가 확대돼 전력시장에서 전력을 추가로 구매할 필요가 없다면 대규모 전력공급원인 원전을 늘릴 필요가 없다. 

석탄발전, 가스발전은 전력수요가 많으면 발전을 많이 하고 적으면 발전을 줄일 수 있지만, 경직성 전원은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발전믹스에서 경직성 전원이 많아지면 석탄발전과 가스발전 사업자들은 수익이 줄어든다.  

원자력계는 데이터센터나 인공지능(AI)으로 미래 전력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경직성 원전인 원전을 추가 건설해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래서 곧 발표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미래 전력수요를 얼마로 예측했는지와 이에 따른 발전믹스 구성이 관심이다.

김 교수는 전력시장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현재 한국 전력시장이 큰 틀에서 하이브리드 시장으로 진화 중이며 외국 전력시장과 비슷하다고도 설명했다.

김승완 충남대 교수는 한국 전력시장이 큰 틀에서 하이브리드 마켓구조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림=김승완 교수 제공
김승완 충남대 교수는 한국 전력시장이 큰 틀에서 하이브리드 마켓구조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림=김승완 교수 제공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