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오는 2047년 세계 최대 규모로 구축 예정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입주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등 직접적인 지원부터 일대 인프라 투자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구상으로,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한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여 만에 나온 후속 대책이다. 미국,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전략 산업인 반도체 투자 유치를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이른바 ‘반도체 벨트’ 구축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투자 기업에 인센티브 지원, 반도체 분야 예산도 2배 책정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경기 용인시 SK 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대를 방문해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경기 용인시 SK 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대를 방문해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지난달 27일 '제5차 국가 첨단전략산업 위원회' 회의에서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종합지원 방안' 등을 논의해 의결했다.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내 민간 투자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일본과 달리 투자 세액공제 중심의 반도체 투자 유인정책을 펴왔다. 이번 논의를 통해 정부는 투자기업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지원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투자 기업들의 요청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지난 2월 26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투자 보조금 신설을 공식적으로 건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47년까지 경기 남부일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에 62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 일본 등과 같은 투자 보조금 제도가 국내에도 필요하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약 622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투자가 이미 시작이 됐고, 이 가운데 500조원 가량이 용인에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향후 20년 동안 약 360조원을 투자해 용인 처인구 이동·남사읍에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한다. 이외에도 평택 고덕 반도체 캠퍼스 증설에 120조원, 용인 기흥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증설에 20조원을 각각 투입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122조원을 투자한다. 이와 맞물려 정부도 투자 보조금 도입 검토 외에 현행 첨단 전략산업 지원 체계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반도체 분야 정부 지원 예산도 올해 1조 3000억원으로 책정해 작년의 2배 이상으로 늘린다.

기반시설에 국비 1000억원 지원·도시개발 인허가권 용인시 등 이양

지난 15일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5일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반도체 산업단지와 연계되는 일대 인프라 투자도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들어설 용인·평택 특화단지 기반 시설 구축을 위해 국비 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기반시설 국비지원 규정을 개정, 총사업비 기준 국비지원 비율을 최대 10%포인트까지 높이기로 했다.

개발 과정에서는 지자체에 인허가 권한을 이양, 개발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특화단지 인근 지방자치단체가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인허가 등 절차에 적극 협조할 수 있도록 지자체 간 재정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4곳(용인·수원·고양·창원)에 특례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특례시지원특별법’이 논의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특례시특별법 제정 TF’를 구성하고 용인 등 4개 특례시 부시장 등과 법제정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현재 특례시가 일부 특례사무를 이양 받았으나, 광역단체 수준의 행정·재정 권한은 부족하다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권한은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수립 ▲51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만㎡ 이상 건축허가 ▲주택건설사업 용적률 완화 시 임대주택 우선 인수 ▲수목원‧정원 조성계획 승인 및 등록 등이다. 또한 특례시지원특별법이 제정되면 특례시 지원을 위한 5개년 기본계획과 연차별 시행계획이 수립돼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반도체 특화 '교통‧학교' 건립도 속도

사진=용인특례시
사진=용인특례시

인프라와 관련된 최근 화두는 ‘반도체 고속도로’다. 정부는 용인특례시와 화성시·안성시의 반도체 벨트를 횡으로 연결하는 ‘반도체 고속도로’ 개발을 추진중이다. 삼성전자의 처인구 이동·남사읍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SK하이닉스의 ‘용인반도체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구상이다. 경부고속도로를 통하면 ‘삼성전자 기흥미래연구단지’까지 연결된다. 반도체 산업단지 배후 신도시로 계획된 ‘용인 이동 공공주택지구’(1만 6000여가구) 거주민과 반도체산업 종사자 및 물류 이동을 위한 교통인프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반도체 고속도로 개발은 민자로 건설하는 방향으로 현재 적격성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용인특례시와 협의해 고속도로 시작점과 종점 등 노선을 정해 지난해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 공동투자관리센터에 적격성 조사를 신청했다. 조사 결과는 빠르면 오는 7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용인특례시는 처인구 이동·남사읍 반도체 국가산단과 연결되는 지방도로 4개 노선, 9개 구간을 확장·신설할 것을 경기도에 요청했다. 현재 왕복 2차로인 도로를 4차로로 확장해 기존의 확장 구간과 잇는 내용을 경기도의 ‘제4차 도로건설계획(2026~2030)’에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성사된다면 해당 지방도로는 이동·남사읍 반도체 국가산단과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보정·마북 플랫폼시티 등 거점을 연결하게 될 전망이다.

인재 육성에 특화된 ‘반도체 고등학교’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고교 신설 논의는 경기도의회 엄교섭 의원과 교육청 등이 관심을 기울여 2020년부터 추진됐다. 올해는 경기도의회에서 두 차례 관련 간담회를 개최한 데 이어 윤 대통령도 최근 그 필요성을 거론해 더욱 추진력을 받고 있다. 현재 용인특례시는 오는 2026년 3월 개교를 목표로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용인에 반도체고교가 설립되면 충북 음성군의 충북 반도체고등학교에 이어 국내 두 번째 반도체전문 특성화고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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